JTBC의 새 토일 드라마 '설강화'가 첫 방송부터 선을 넘은 안기부의 미화 설정으로 시청자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 이미 역사왜곡으로 우려가 많았던 드라마 인대요.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설강화'가 첫 방송을 끝낸 12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 이 올라왔습니다. '설강화'의 내용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 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깎아내린다는 비판을 받은 '설강화'가 내용 수정 없이 12월 18일에 첫 방송을 하자 화가 난 사람들이 방영 중지를 요청한 것입니다. 이런 국민들의 비판을 무시하고 과연 '설강화'가 방송을 감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2월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의 배경은 1987년입니다. 서울에 있는 여자 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임수호(정해인)와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은영로(블랙핑크 지수)의 사랑이야기가 메인 줄거리입니다. 2018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감독이 다시 만났고 정해인, 지수,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등 출연진도 화려합니다.
첫 방송에서는 주인공인 임수호와 은영로의 첫 만남이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된 장면이 있었는데요. 바로 남파공작원인 임수호가 안기부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간첩이 안기부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가수 안치환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는데, 이 노래는 바로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라는 가사가 나오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민주화 운동 당시에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독재 정권을 비난하는 노래입니다. 이런 노래를 간첩이 안기부에게 쫓기는 장면에 사용한 제작진의 행동은 너무 경솔했습니다.
이후 임수호는 은영로의 기숙사로 몸을 숨깁니다. 은영로는 간첩인 임수호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다친 것으로 오해합니다. 2회에서는 은영로가 임수호를 간호하며 둘의 사랑이 시작됩니다.
'설강화'는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억울하다며 방송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시놉시스의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대중에게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비판받았던 시놉시스의 내용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되었습니다. 바뀐 점이라면 주인공 지수의 극 중 이름이 영초에서 영로로 바뀌었다는 것뿐입니다.
'설강화'의 제작진은 방송 전 두 차례나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며 주인공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고 드라마의 내용과 주요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닌 1987년 대선 정국이기 때문에 역사 왜곡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간첩과 그를 쫓는 안기부가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므로 간첩과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드라마와 무관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현탁 감독도 제작발표회에서 "198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적 배경외에 모든 것이 가상의 창작물이다."라며 직접 보고 판단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억울하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고문에 시달리다가 죽은 희생자들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이런 설정을 내세운 것 자체가 의문입니다. 가상의 드라마라면서 민주화 운동을 한 학생 중에 실제로 간첩이 있었다는 설정을 메인 내용으로 삼은 것과 운동권 학생들을 잡아들이고 잔인하게 고문한 안기부를 이 드라마에서는 간첩을 쫓는 대쪽 같은 안기부로 묘사하는 것 자체가 민주화 운동을 깍아내리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창작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설강화'의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아직도 아픈 역사로 남아있는 민주화 운동을 왜곡할 자유는 없습니다.
12월 19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 올라왔으며 해당 글은 벌써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청원글을 쓴 A 씨는 "민주화 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분명히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는데 드라마를 시청한 외국인들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방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런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왜곡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고 덧붙였습니다.
주인공 은영로 역을 연기한 블랙핑크 지수의 연기력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수는 이번 '설강화'가 첫 주역작인대요. 발성이 좋지 못해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고 표정연기 또한 어색해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는 드라마에 주연배우의 연기력 논란까지 생긴 '설강화'가 과연 끝까지 방영을 할 수 있을까요?
엄청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설강화'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네이버 TALK채널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의 시청 소감 또한 작성자 및 제작진만 볼 수 있게 설정해 놓았습니다.
앱 서비스인 TVING에서는 실시간 시청도 다시 보기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디즈니+에서만 다시 보기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모든 소통을 막아놓을 거면 이 드라마를 왜 방영하는 걸까요...
'조선구마사'란 드라마가 엄청난 제작비를 들이고도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을 중단한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설강화'도 광고와 협찬을 한 업체들이 하나씩 중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매운맛을 보여주어서 다시는 이런 역사왜곡 드라마는 아예 제작할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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